목차
1. 일상에 스며든 시간여행 – 판타지가 아닌 삶의 방식
1. 일상에 스며든 시간여행 – 판타지가 아닌 삶의 방식
영화 어바웃 타임은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전형적인 SF 영화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이 영화에서 시간여행은 거대한 모험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일상을 조금 더 깊고 따뜻하게 바라보기 위한 삶의 태도로 사용된다. 주인공 팀은 21살 생일에 아버지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듣는다. 가문의 남자들은 모두 과거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 능력은 제한적이다. 미래로는 갈 수 없고, 과거의 특정 시점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팀이 이 능력을 이용해 세상을 구하거나 유명해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실수를 고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좀 더 나은 고백을 하며, 가족과의 소중한 순간을 지켜내는 데 집중한다. 즉, 시간여행이 ‘특별한 능력’이라기보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그려진다.
감독 리처드 커티스는 이 설정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만약 당신에게 하루를 다시 살 기회가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바꾸겠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그 하루를 바꾸지 않아도 될 만큼 지금 충실히 살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결국 팀은 시간여행 없이도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다. 화려한 특수효과 없이도, 일상 속의 소소한 순간을 더 귀하게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이 영화는 판타지를 일상의 언어로 번역해 낸 따뜻한 이야기다.
2. 사랑의 진심을 말하는 방식 – 진부하지 않은 로맨스
영화 어바웃 타임은 로맨스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흔히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팀과 메리의 사랑은 극적인 사건보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로 채워진 관계다.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 두근거림, 소개팅 실패, 결혼 준비 과정, 그리고 아이를 낳고 함께 늙어가는 시간까지. 이 영화는 ‘사랑의 성장’을 한 장면 한 장면 충실히 따라간다.
특히 인상적인 건, 팀이 시간여행 능력을 통해 ‘완벽한 고백’이나 ‘이상적인 첫 만남’을 여러 번 시도하지만, 결국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은 실수하고, 어색하고,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런 감정들마저 함께하는 게 진짜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메리 역을 맡은 레이첼 맥아담스는 사랑스럽고 현실적인 연기를 통해 관객이 그녀에게 쉽게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그녀는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 아니라, 함께 하루를 살아가고 싶은 사람으로 그려진다. 이건 로맨스를 현실적으로 접근한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이다. 팀과 메리의 관계는 사랑의 판타지를 이야기하면서도, 결국은 평범한 하루를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말해준다.
또한 이 영화는 사랑을 ‘결혼’이라는 목표점에서 끝맺지 않는다. 그 이후의 삶, 즉 결혼 생활, 육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서로를 어떻게 지켜내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연애 중인 사람뿐 아니라, 결혼한 사람, 혹은 오랜 관계를 지속 중인 사람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3. 가족,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깊은 울림
영화 어바웃 타임의 가장 큰 감동 포인트는 단연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다. 많은 관객이 영화가 끝나고 눈물을 훔치는 이유는, 단순히 로맨스 때문이 아니라, 가족, 특히 아버지와의 작별이 가져오는 감정의 깊이 때문이다. 팀의 아버지(빌 나이)는 유쾌하고 지혜로운 인물로, 시간여행 능력을 처음 알려주며 팀을 인생의 방향으로 이끈다. 그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멘토이자, 친구 같은 아버지다.
영화 후반부, 팀은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또 한 번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된다.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와의 시간을 반복할 수 있었던 팀은, 결국 그를 떠나보내야만 ‘진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이 장면은 누구에게나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가 종종 그리워하고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마음속에 있지만, 그들을 ‘과거’에 두고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팀과 아버지가 해변을 함께 산책하며 과거로 돌아간 마지막 순간을 나누는 장면은, 영화 전체의 감정을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부성애, 작별, 성장이라는 주제가 이 한 장면에 응축되어 있다. 그 순간이 슬프면서도 따뜻한 이유는, 아버지를 떠나보냄으로써 팀이 한층 더 어른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족 중심의 서사는 영화가 단순히 개인의 시간여행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인생의 철학을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누구나 부모와의 이별을 경험하거나 준비하게 되는 시점이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순간을 준비하는 모든 이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담담하게 다가올 것이다.